본문 바로가기

가톨릭/가톨릭 상식

[천주교 세례명] 사무엘 축일 8월20일

성인 사무엘
 

성인 성인 사무엘 (Samuel)
축일 8월 20일 활동년도 +11세기BC
신분 구약인물,예언자 지역
같은 이름

사뮈엘,새무얼,싸무엘

 

 

‘주님의 마음과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믿음직한 사제’(1사무 2,35), ‘주님께서 함께 하셔서 그의 말이 그대로 이루어지게 해주는 이’(3,19), ‘주님의 믿음직한 예언자’(3,20), ‘주님께서 말씀으로 당신을 드러내 보이시는 이’(3,21), ‘이스라엘 전체에게 말씀을 전하는 이’(4,1ㄱ), ‘이스라엘을 위한 판관’(7,15-17), ‘하느님의 사람’(9,5), ‘선견자’(9,11.18.19), ‘천둥과 비를 내리도록 하는 이’(12,18), ‘사울과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임금으로 세운 이’(10,1; 16,13), 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사제-예언자-판관이라는 직무를 한 몸에 안고 살아간 이, 사무엘(그분의 이름은 엘-하느님)이 오늘 우리가 만날 사람입니다.

 

사무엘기는 사무엘의 이름을 따서 불리고 있지만, 사무엘은 책의 초반에만 등장하고, 임금을 세우는 이야기로 옮겨가며 점차 축소되어 사라집니다. 사실 사무엘기는 이스라엘에 왕정이 도입되는 과정과 다윗이 임금으로서 권력을 공고히 하고 왕국을 세워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떤 이들은 사무엘기를 다윗의 등극기라 부르기도 합니다.

 

사무엘기는 사무엘의 탄생과 어린 시절(1사무 1,1-4,1ㄱ)로 시작합니다. 이어지는 4,1ㄴ-7,1의 ‘하느님의 궤’(계약 궤)에 관한 이야기에서 사무엘은 자취를 감추었다가 20년 뒤(7,2) 판관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 이스라엘을 억압하던 필리스티아인들을 물리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임금을 요구합니다. 하느님만이 이스라엘의 임금이라는 생각에 따라 사무엘은 그들의 요구 앞에서 반대의견 입장에서 왕정의 폐해를 나열합니다(8장). 하지만 그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사울을 임금으로 세웁니다(9-11장). 사무엘은 온 백성에게 ‘이스라엘의 주님께 충실하라.’는 당부를 자신의 마지막 말로 남기고(12장) 뒤로 물러납니다. 사울은 승승장구합니다. 그러나 사울은 아말렉족과의 전투에서 주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눈앞의 이익을 차지하려 합니다. 실망한 사무엘은 사울이 내쳐질 것을 예고하고 그와 결별합니다(15장). 그 후 사무엘은 이사이의 아들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합니다(16장). 이제 사무엘은 완전히 물러나고, 다윗의 성장과 사울의 몰락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죽음과 장례에 대한 소식이 단 한 절로 간략히 언급됩니다(25,1). 그런데 그가 사후에 다시 등장합니다. 사울이 점쟁이 여인을 통해 사무엘의 혼을 불러내는데 그는 사울의 실패를 다시 확인해 줄 뿐입니다(28,3-25). 이제 역사는 사무엘과 사울에게서 다윗에게로 완전히 넘어갑니다.

 

사무엘의 탄생 이야기(1사무 1,1-28)는 삼손, 세례자 요한의 탄생 이야기처럼 아이를 갖지 못하던 여인이 주님의 은총으로 아들을 낳게 된다는 이야기 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가 없어 괴롭힘을 당하던(6-7절) 한나는 주님의 집에서 홀로 울며 기도합니다(10절). 사제 엘리는 그러한 한나를 오해하고 나무랍니다 (13-14절). 그러나 한나는 ‘무거운 마음, 괴롭고 분한 마음을 주님 앞에서’(15-16절) 그대로 말씀드리고 있었습니다. 남편과 가족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사제에게마저 오해 받는 이 한나의 애절한 기도가 주님께 가 닿습니다. 한나는 마침내 아들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 귀한 아들 사무엘을 주님께 내어놓습니다(11절, 21-28절). 이 아이는 엘리의 문하에서 사제로 성장해 갑니다(2,11.18). 주님은 한나에게 더 많은 은총을 베푸시어 그 후로도 삼남 이녀를 더 얻게 해주십니다(2,21).

 

사무엘이 주님 앞에서 성장해 가는 동안(2,21.26), 엘리와 그의 집안은 엘리의 아들들의 일탈(제의적 일탈 2,11-17; 성적 일탈 2,22-26)로 몰락의 길로 들어섭니다. 주님은 예언자를 보내 그의 집안이 망할 것이라고 경고하시지만(2,27-36), 그들은 돌아서지 않습니다. 주님은 이제 엘리의 가문이 아닌 새로운 사람을 당신의 사람으로 선택하십니다(3.1-4.1ㄱ). 바로 어린 사무엘입니다. “사무엘아, 사무엘아!” 주님께서 세 번이나 부르시는데 이를 알아듣지 못했던 사무엘(3,4-9)은 엘리의 지도로 마침내 주님께 응답합니다. “주님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3,10) 사무엘에게 주어진 첫 사명은 엘리 집안의 몰락에 관한 말씀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주님 말씀대로 엘리의 아들들은 필리스티아인들에게 죽임을 당하고(4,11.17) 이 소식을 들은 엘리도(4,18), 그의 며느리도 출산 도중에 숨을 거둡니다(4,20).

 

엘리에서 사무엘로 주님의 예언자요 판관으로서의 책무가 넘어가는 과정은 뒤에 이어질 사울-다윗으로의 권력의 이양과정을 암시합니다. ‘주님의 말씀에 따르지 않는 이들은 내쳐지고 주님께 충실한 이가 선택받는다.’는 것이 이 과정에서 강조됩니다. 오로지 주님만을 섬기는 이가 되어야 하고 그것은 주님의 말씀에 충실함으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사무엘의 고별사(12장)에서 잘 드러납니다. 백성들에게 우상에서 벗어나 주님만을 섬길 것을 요구하고(7,3-4; 12,14-15.20-25), 임금을 세우는 것에 반대한 이유도, 사무엘이 사울을 내칠 때 문제 삼는 점도 같은 맥락입니다(15,11.22-23.26; 28,16-19).

 

사실 사무엘은 하느님의 목소리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미숙했었습니다. 그는 레위 가문이 아니기에 사제로서도 부적격했습니다(1,1). 주님의 말씀을 받았지만 전하는데 두려워했고(3,15) 임금을 요구하는 백성들을 설득하는 데도 실패했으며, 자신의 자녀들도 제대로 양성하지 못했습니다(8,1-5). 자신이 임금으로 세운 사울 때문에 분노하기도 하고(15,11)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15,35). 그래도 그는 자신의 자격이나 감정, 생각, 판단에 중심을 두지 않고 주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습니다. 임금을 요구하는 백성들 앞에서도(8,6), 다윗을 임금으로 세우는 과정에서도(16,6-13) 그는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따르지 않습니다. 오직 주님의 말씀에 순종할 뿐입니다. 그렇게 어린 사무엘은 단호하고 확고한 신앙으로 뭉쳐진 판관으로 성장해 나갔습니다. 후대에 사무엘이 모세와 함께 언급될 정도로 높이 평가 받고(시편 99,6; 예레 15,1), ‘자신의 믿음으로써 참예언자로 확인된 이’(집회 46,15)라고 칭송받는 이유도 그가 자신이 전하고 강조한 말씀 그대로 주님께 끝까지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2018년 7월 22일 연중 제16주일 의정부주보 5-6면, 이용권 안드레아 신부(선교사목국 성서사목부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