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국립공원
강원도 속초시 설악산로 833번지
이튿날 새벽3시
희운각대피소에서 설악산 대청봉으로 올랐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천왕봉에 올라섰지만 날씨는 오늘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늘 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에 기대도 안했었지만 막상 흐린 하늘을 보니 아쉬움은 어쩔수 없나보다.
다음을 기약하며 희운각대피소로 돌아내려오는길..
슬금슬금 흐린하늘이 하나를 더 보태기 시작한다.^^;;
촉촉한 비까지 내려주시다니.. 이렇게 감사할수가..ㅠㅠ
서둘러 빠른걸음으로 희운각 대피소로 돌아왔다.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로 희운각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대피소에 맡겨뒀던 짐을 찾아 젖은 옷을 갈아입고
늦은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오늘 아침은 햇반과 라면이다.
설악산오기전에 샀던 저 콩알만한 티타늄버너가 참 요긴하다.
무게도 56g밖에 안되는 저 조그만게 뭘할수 있을까 했지만
저 큰 코펠을 떡하니 받쳐들고 있는거 보니 용타
혹시나 하는 맘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내 시선을 고정시키는 묘한 매력까지 가졌다.
배불리 먹고 커피한잔을 들고 앉아 하늘만 쳐다본다.
하늘은 조금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빽빽하게 들어선 먹구름은 오늘 하루종일 비를 내릴테니 단단히 조심하라고 이르는 중이다.
살짝 속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잘생긴 우리 현빈이 권해준 차 한모금에 사르륵 녹여버렸다.^^
이거 마시면 목구멍에 수염생긴다고 하던데..ㅋ
우리의 일정은
올라올때와는 달리 희운각에서 공룡능선을 타고 다시 설악동으로 가기로 했었다
"설악산은 공룡능선을 타보고 말을 해야지!!"
말하는 그들의 말에 경청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점점 굵어지기 시작하는 비와 가파른 능선을 어떻게 타고 내려갈것이며
내려간다한들 시간도 지체될뿐더러 그몸으로 장장 몇시간을 운전해서 부산까지 갈수있을까가 문제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모험을 해볼까 말까 언제 또 와보겠어 하자 말자..
결국 굵어지는 비에게 무릎을 꿇었다.
카메라도 비닐에 싸서 가방 깊숙이 넣어버리고 만다.
난 소심하니까
2시간정도를 내려 가며 그렇게 소심하게 폰카로만 찰칵찰칵 찍는다.
[Samsung Galaxy S II]
우와
그냥 찍어도 그림이 되는 곳이다.
이광경을 보고
도저히 가방속 카메라를 그대로 두고 볼수만은 없었다.
비에 젖어 더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설악산
눈으로만 담아가기에 너무 넘쳐서 가방속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1회용 비닐팩으로 돌돌말아 가슴에 안고서 한컷씩 한컷씩 찍으며 설악산을 내려간다.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지..
저 가을을 물들인 잎들과 웅장한 설악의 기운이 그대로 전해지는듯 하다.
그렇게 내리고 또 내려 양폭대피소에 도착했다.
비와 땀이 범벅이 되어 온몸을 적셨고, 카메라도 뿌옇게 흐려진다.
비는 조금도 그칠 기색이 없다.
따뜻한 커피한잔으로 몸을 녹이고 다시 서두른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체되었다.
비를 맞아 여린 단풍잎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사람들의 발에 다져지기 시작한다.
아 가을이구나...
그 바위위에 밟혀 다져져 가는 마지막 모습까지도 가을을 그대로 간직하고있는
단풍이 너무 아름답다..
문득
오히려 비를 맞이한게 더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의 색들이 오히려 더 뚜렷하게 다가옴에 느낄수 있음에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더욱 빛나고 있구나 넌
게다가 저멀리 안개사이고 힐끗힐끗 보이는 설악산의 괴암절벽들은 더욱이 신비스러움을 더한다.
드뎌 비선대까지 내려왔다.
사람들이 비가와서 올라갈지 말지 고민들이였다.
"고민마시고 올라가보세요 이렇게 아름다운 설악을 그대로 가신다면 정말 후회 하실꺼예요" 라고 맘은
수백번 외치고 싶었지만..ㅋ
한달전 지리산의 천왕봉 일출의 감동이 가시기도 전에
가을은 가득 안아가는 설악산까지..
정말 우리나라가 이렇게 아름다웠나
미처 몰랐었구나... 반성아닌 반성을 하게 된다..
<산에 오르면>
산은 높을수록 좋다
오르느라 힘들고
숨이 턱에 닿지만
높다란 봉우리에 올라서면
나이를 잊고
직업도 잊고
계층도 계급도 없이
지식 나부랭이
거추장스런 이념들
모두 허망하게 흩어지고
몸뚱이만 남아서 헉헉댈 뿐이다
그리하여 산에 오르면 누구나 알몸이다
그래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함께 웃는다
산에 와서 잘난 척해봐야
비탈길 오를 땐 숨차고
있는 척해봐야
낭떠러지 위에 서면 오금이 절일뿐이다
산에 오르면
찬란했던 과거도
설움에 찌들었던 기억도
다 어디로 갔는지
짙푸른 저 숲속에
푸르른 저 하늘 저 빈 공간에
어제도 오늘도
내일마저도 떠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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