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중산리 1박2일 종주 산행코스 (둘째 날)
알람이 울린다.
이미 장터목산장에 아주머니들 이야기 소리에 깼다.
잠깐 밖으로 나와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은 일출을 보려나..
어젯밤과는 달리 별들이 총총 빛난다.
역시!!
이 새벽 장터목 대피소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건 오늘로 두 번째
첫 산행에서 정말 멋진 일출을 보고선
"아~ 이런 거구나" 함성을 질렀었는데
오늘 일출 모습은 또 어떤 모습일까... 기대를 안고 산을 오른다.
40분쯤 흘렀을까..
그 맑던 하늘이 갑자기
앞서가는 사람의 어깨 위까지 안개가 내리고 만다.
맙소사.
설마 설마..
천왕봉에 모여든 사람들
날씨만큼이나 표정들이 어둡다.
나도 어둡다.
아예 처음부터 하늘이 흐렸음 어제 왔던 천왕봉을 다시 이 새벽에 오를 필요는 없었을 텐데
나도 아쉽다.
그렇게 설마 하는 기분으로
일출 시간이 5분 정도 지났을 때 사람들은 하나둘씩 정상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처럼 못내 아쉬워 미련을 가진 사람들..
우리도 가져간 따듯한 커피 한 잔이 식어 갈 때쯤
내려갈 채비를 한다.
그때..!!
보인다. 보인다. 보인다~~~!!
우와 이럴 수가...
흐리디 흐린 안개 사이로 작은 해가 비집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게 말이 되냐고
안개 뒤로 숨었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그 붉은 속살을 보여주고 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몇 번을 되뇌게 된다.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기분 묘하다.
사람들은 태양을 배경으로 역광 멋 내기에 바빠졌다.
오늘 지리산 천왕봉 일출
이제 겨우 두 번째이긴 하지만
겨우 처음과 비교하는 것 뿐이지만
내겐 정말 감동적이다. 쨍한 사진도 아니고, 구름이 멋진 장관을 이룬 것도 아니지만
못 볼 거라고 생각했던 그 안개사이로
붉게 빛나는 태양의 모습은 정말 평생 잊을수가 없을것 같다.
우리네 인생같았다 .. 보일듯 말듯 하다 환하게 빛나는..
모르는 분인데 역광에 멋지게 서 계서 찍었다. ^^;;
어제 중산리에서 장터목대피소로 가기전에 먼저 천왕봉에 들려서 인증샷을 찍기도 했지만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니까
그리고 오늘은 멋진 일출을 본 감동의 순간으로 시작하는 하루니까..
천왕봉 정상석 앞에서 또 한장 찰칵
사람들이 다 내려가고 없다..ㅋㅋ
너오 오랫동안 있었나보다.
우리는 다시 장터목 대피소로 향한다.
아침을 먹고 다시 중산리로 내려갈 계획이다.
어제 어둑어둑 할때 봤던 제석봉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제석봉의 고사목들
나무 없이 초원만 펼쳐져 있다.
한국전쟁 후까지만 해도 아름드리 전나무·잣나무·구상나무로 숲이 울창하였으나
자유당 말기에 권력자의 친척이 제석단에 제재소를 차리고 거목들을 무단으로 베어냈고,
이 도벌사건이 문제가 되자 그 증거를 없애려고 이곳에 불을 질러 모든 나무가 죽어 현재의 고사목 군락이 생겼다고 한다.
몹쓸..
일출을 봐서 밥을 안먹어도 배가 부르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먹을건 먹어야지
보글보글 생생 우동이 끊고 있다.
어제 먹다 남은 삼겹살과 밥^^
아침밥까지 다 챙겨먹었더니
가방이 가볍다. ^^
내 기분도 가벼워진다.
어제 끙끙 대며 들고왔던 짐들이 이제는 가벼운 작은 쓰레기가 되어 내 가방속으로 들어간다.
여행이란 이런게 아닐까
뭔가 배우고 채워오자 라고 떠난 여행이
결굴 비워져 돌아오는것 그게 가장 큰 선물이지 않을까..
식수장에서 내려갈때 마실 생수통을 채우고
그래 이제 내려가보자
가을이다.
가을이다.
가을..
찍고 또 찍어대도
지겹지가 않다.
같은걸 내내 찍어도 내내 다른 모습니다.
참 아름답다.
유암폭포(油巖瀑布)
비가 안와서그런지 폭포라고 하기엔 물줄기가 약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붉은 단풍잎
가을이 바람에 흩날린다.
반달곰도 이곳에 가을과 사랑을 나누는지도 모른다.
ㅋ 이게 뭔말이래
암튼 지금 지리산 가을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내려오는 길은
어제 오른길보다 조금은 심심했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단풍에 맘이 뺏겨서 싱글싱글 내려오긴 했지만
다와서 이제 팔이 후들후들 거린다.
다리도 후들후들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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